최근 몇 년간 사이클컴퓨터 시장은 가민과 와후가 컬러 터치스크린, 지도, 구조화 훈련 기능을 경쟁적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그런데 이탈리아계 미국 공구·펌프 브랜드 실카가 정반대 방향의 물건을 들고 나왔다. 2016년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진 아날로그 사이클컴퓨터 '오마타'를 인수해, 10월 15일(현지시간) 새로 만들어 재출시한 것이다.
가격은 800달러, 약 112만원. 화면에 숫자를 띄우는 대신 내장된 네 개의 스테퍼 모터가 바늘을 돌려 속도·거리·누적 상승·주행시간을 기계식 다이얼로 보여준다. GPS와 ANT+ 센서 데이터를 받아 계기판처럼 표시하는 콘셉트는 2016년 초판과 같지만, 내부 전자장치와 외장은 전부 새로 설계했다.
출처: Silca 공식 홈페이지(silca.cc)
무엇이 바뀌었나
오마타는 2016년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이 내놓은 제품으로, 화면 없이 바늘로만 라이딩 데이터를 보여주는 콘셉트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회사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고, 이후 제품은 사실상 단종 상태로 남아 있었다.
이를 되살린 쪽이 사이클컴퓨터와 거리가 먼 실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실카는 올해 오마타의 브랜드와 설계 자산을 인수한 뒤, 인디애나폴리스에 있는 자체 공장에서 소량씩 조립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량 생산 대신 매진될 때까지 소규모 배치로 순차 출고하는 구조다.
회로기판과 배터리, 하우징까지 사실상 다시 만들었고, 방수 성능도 크게 끌어올렸다. 회전식 베젤 둘레에는 3중 립씰을 둘러 빗물 유입을 막았고, 기압 센서 위에는 고어텍스 멤브레인을 덧댔다. 마운트는 가민·와후 쿼터턴 방식과 호환돼 기존에 쓰던 스템·바 마운트를 그대로 쓸 수 있다.
앱은 iOS 전용으로 새로 개발했고, ANT+ 규격의 파워미터·심박계·케이던스 센서까지 페어링을 받는다. 다만 받은 수치를 화면 어디에도 숫자로 띄우지 않는다는 원칙은 구형 그대로 유지했다. 모든 정보는 오직 바늘이 가리키는 위치로만 전달된다.
출처: Silca 공식 홈페이지(silca.cc)
핵심 스펙과 수치
| 항목 | 내용 |
|---|---|
| 가격 | 800달러 (약 112만원) |
| 무게 | 83g |
| 소재 | 6063 알루미늄 케이스 |
| 디스플레이 | 스테퍼 모터 4개 구동 아날로그 다이얼 |
| 배터리 | 17시간 이상, USB-C 충전 |
| GPS | 72채널 내장 GPS 트래킹 |
| 센서 호환 | ANT+ 파워미터·심박계·케이던스 |
| 방수 | 3중 립씰 베젤 + 고어텍스 기압 멤브레인 |
| 호환 OS | iOS 전용 (안드로이드 미지원) |
| 판매 지역 | 미국 한정, 소량 순차 출고 |
표에서 보듯 오마타는 지도나 내비게이션, 구간 기록(세그먼트), 구조화 훈련 같은 기능을 아예 들어내고 속도·거리·상승·시간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네 가지 수치에만 집중한 제품이다.
기존 모델·경쟁 제품과 비교
2016년 초판과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속은 완전히 다른 물건이다. 당시 제품은 배터리 지속시간이 짧고 방수 등급도 낮아, 비 오는 날 라이딩 중 전원이 꺼지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재출시판은 이 약점을 가장 먼저 손본 셈이다.
비교 대상을 넓혀 보면 체급 자체가 다르다. 가민 엣지 1050이나 와후 엘리문트 로암 같은 플래그십 컴퓨터는 비슷한 가격대에 지도, 등반 구간 프로파일, 구조화 훈련, 경고 알림까지 담아 '훈련 도구'로 작동한다. 오마타는 그 기능을 전부 빼고 정보량을 바늘 네 개 수준으로 확 줄였다. 해외 리뷰에서도 같은 가격이면 엣지 1050 쪽이 기능적으로 훨씬 앞선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즉 오마타의 경쟁력은 스펙표가 아니라 라이딩 중 화면에서 눈을 떼게 해주는 경험 자체에 있다. 인터벌 훈련처럼 수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는 맞지 않지만, 기록 경쟁에서 벗어난 장거리 라이딩이나 투어링에는 오히려 어울린다는 게 중론이다.
출처: Silca 공식 홈페이지(silca.cc)
국내 라이더에게 어떤 의미인가
실카는 국내에도 여러 수입·유통 경로로 펌프와 공구류가 들어와 있는 비교적 친숙한 브랜드다. 하지만 오마타는 이번 재출시분이 미국 내 한정 소량 생산으로 못 박혀 있어, 국내 정식 수입이나 입점 계획은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지금 당장 구매하려면 해외 직구 외에는 방법이 없는데, 800달러 본체 가격에 배송비와 관세까지 더해지면 체감 가격은 더 올라간다. 게다가 앱이 iOS 전용이라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애초에 선택지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국내 라이더 입장에서는 라이딩 데이터를 숫자 없이 받아들인다는 발상 자체가 낯설 수 있다. 다만 스마트워치와 사이클컴퓨터의 알림·수치 과잉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라이더가 점차 늘고 있는 만큼, '화면 없는 사이클컴퓨터'라는 카테고리 자체는 한 번쯤 눈여겨볼 만하다.
결국 오마타는 수치 경쟁에서 완전히 발을 뺀 사이클컴퓨터다. 훈련 효율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이라면 가민이나 와후 플래그십을 택하는 쪽이 합리적이고, 오마타는 숫자에서 잠시 놓여나고 싶은 날을 위한 기호품에 가깝다.
다만 실카가 공구 브랜드로서 쌓아온 마감 품질에 대한 신뢰가 있는 만큼, 소량이나마 생산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국내에도 니치 수요를 노린 입점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수집 목적이 아니라면 당장 지갑을 열기보다는 국내 유통 소식을 좀 더 지켜볼 때다.
출처: Silca 공식 홈페이지(silca.cc), The Radavist, the5krunner
출처: silca.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