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woo, 여자 투르 데뷔...中 구동계의 도전
지난 8월 4일, 투르 드 프랑스 팜므 2026의 4스테이지는 단순한 21km 개인 타임 트라이얼이 아니었다. 가브레이샹베르탱에서 디종까지 전력 질주하는 선수들 사이, 한 팀의 바이크에 달린 낯선 로고가 눈길을 끌었다. 시마노도, SRAM도, 캄파뇰로도 아닌 심볼 - 중국 구동계 브랜드 L-Twoo의 마크였다.
와일드카드 초청팀인 프랑스의 마 쁘띠트 엉트르프리즈(Ma Petite Entreprise)가 L-Twoo의 R-EX 구동계를 장착하고 이 무대에 섰다. 브레이크 레버와 시프터, 바엔드 시프터, 전후 디레일러, 디스크 브레이크 캘리퍼까지 이 팀의 변속, 제동 시스템 핵심 부품은 모두 L-Twoo 제품으로 꾸려졌다.
이색 구동계가 등장한 배경
투르 드 프랑스 팜므 2026은 8월 1일 로잔에서 출발해 8일 몽방투 정상 피니시로 마무리되는 9스테이지 레이스다. 21개 팀이 참가하며, 그 중에는 전 세계 각지에서 와일드카드를 받아 출전하는 소규모 팀도 포함된다. 마 쁘띠트 엉트르프리즈가 바로 그런 팀이다.
프로 페로통은 일반적으로 스폰서십 구조상 특정 브랜드 구동계를 사용해야 한다. 월드투어 팀이 시마노나 SRAM과 공식 협력 관계를 맺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반면 작은 와일드카드 팀은 스폰서십 계약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비용 효율성을 우선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L-Twoo가 등장한 것은 이 틈새에서 비롯됐다.
팀의 구동계 세팅을 자세히 뜯어보면 완전한 L-Twoo 구성은 아니다. 크랭크셋은 시마노 울테그라 또는 듀라에이스를 그대로 사용했고, 카세트도 울테그라 제품을 유지했다. 체인링만 Cybrei의 1x 체인링으로 교체했다. L-Twoo가 담당하는 영역은 변속기와 브레이킹 시스템, 즉 변속 품질과 제동력이 직접 드러나는 핵심 부품들이다.

L-Twoo: SRAM 출신이 세운 중국 최대 구동계 브랜드
L-Twoo는 2016년 중국 광둥성 주하이에서 설립됐다. 창업자 류춘성(劉春晟)은 SRAM에서 약 10년간 근무한 뒤 독립을 결심했다. 그는 창업 당시 "중국에는 성능 좋은 국내 구동계 브랜드가 거의 없었고, 모조품이 판치는 탓에 국산 부품 이미지가 심각하게 손상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 빈자리를 직접 채우겠다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브랜드 이름 L-Twoo는 중국어로 청사진(蓝图)을 의미한다. 로드, MTB, 자갈길, TT, 폴딩 바이크, 전기 자전거까지 폭넓은 라인업을 갖추며, 스스로를 중국 최대 구동계 제조사로 소개한다. 2022~2023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시마노와 SRAM 제품 입고가 지연되는 사이, 안정적인 납기와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유럽, 북미 바이어를 대거 끌어들이며 급성장했다.
현재 L-Twoo의 로드 라인업은 크게 기계식 R 시리즈, 전자 무선 eRX 시리즈, 그리고 TT 특화 eRX-TT로 나뉜다. 이번 여자 투르에서 사용된 R-EX는 eRX 제품군의 레이스 지향 버전으로, 프로 레이스 조건에 맞게 세팅된 구성이다.
eRX 구동계 스펙과 가격 경쟁력
L-Twoo의 주력 전자 구동계인 eRX는 현재 3세대(Gen 3)까지 출시됐다. 10~12단 카세트와 폭넓게 호환되며, 스마트폰 앱 연동을 통해 변속 감도와 동기화 모드를 세부 조정할 수 있다. 후 디레일러 무게는 288~295g으로 SRAM Rival AXS(약 298g)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레버 무게는 140g, 배터리는 60g에 800mAh 용량이며 Type-C 충전 방식을 채택했다. Gen 3에서는 모터 응답 속도와 변속 정확도가 개선됐고, 비동기식 다단 변속(Asynchronous Multi-Speed Shifting)이 도입돼 배터리 효율도 높아졌다. 제조사 기준 배터리 수명은 약 20시간이며, 완충까지는 2~3시간이 걸린다.

가격은 크랭크셋, 카세트를 제외한 완전 그룹셋 기준으로 약 750파운드(한화 약 140만원)선이다. 이는 시마노 105 Di2보다 약 20% 저렴하고, SRAM Rival AXS보다는 약 40% 낮은 수준이다. 전자 변속 시스템의 가격 문턱을 크게 낮춘 포지셔닝이다.
| 구동계 | 변속 방식 | 참고 가격(한화 환산) | 호환 속도 |
|---|---|---|---|
| L-Twoo eRX Gen3 | 전자 무선 | 약 140만원 | 10~12단 |
| Shimano 105 Di2 | 전자 유선 | 약 165만원 | 12단 |
| SRAM Rival AXS | 전자 무선 | 약 220만원 | 12단 |
| SRAM Force AXS | 전자 무선 | 약 330만원 | 12단 |
| Shimano Ultegra Di2 | 전자 유선 | 약 310만원 | 12단 |
다만 L-Twoo eRX의 가격에는 크랭크셋과 카세트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시마노와 SRAM 역시 구성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므로, 이 표는 참고 수준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럼에도 전자 변속 진입 비용을 크게 낮춘다는 방향성만큼은 분명하다.
프로 무대 데뷔가 갖는 의미
와일드카드 팀의 단 한 레이스 출전이지만, 프로 무대에서의 가시적 등장이 L-Twoo에게 주는 브랜드 가치는 상당하다. 사이클링 구동계 시장은 오랫동안 시마노와 SRAM이 프로 세계를 양분해왔다. 캄파뇰로가 13단 레코드 무선 구동계로 재도약을 시도 중이지만, 월드투어 팀 채택률은 여전히 낮다.
L-Twoo는 이미 그 이전부터 프로 진입을 타진해왔다. 2024년 타이베이 사이클쇼에서 전자 구동계 라인업을 적극 소개하며 유럽 시장 확대를 선언했고, 국제 경기 스폰서십도 모색해왔다. 이번 여자 투르 데뷔는 그 과정에서 나온 첫 번째 가시적 성과다.
한국 시장에서도 L-Twoo는 일부 온라인 채널을 통해 구매가 가능하다. 전자 변속에 관심은 있지만 시마노 Di2나 SRAM AXS의 가격이 부담스러웠던 라이더라면, 이번 프로 데뷔를 계기로 한 번쯤 검토해볼 만한 선택지가 됐다. 다만 장기 사용 신뢰성과 AS 체계는 앞으로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한 영역이다.
구동계 시장의 판도가 단기간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중국 브랜드의 프로 무대 진출이라는 작은 물꼬가 장기적으로 어떤 흐름을 만들어낼지, 사이클링 업계의 눈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