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크릭 HCR, 완전내장을 반쯤 되돌렸다
스템 하나 바꾸는 게 큰일이 됐다
요즘 나오는 로드바이크는 케이블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브레이크 호스와 변속선이 핸들바 안으로 들어가 스템을 지나 헤드셋 베어링을 통과한 뒤 헤드튜브로 사라진다. 보기에는 깔끔하고 풍동에서도 몇 와트를 벌어준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스템 길이를 10mm 바꾸거나 스페이서를 한 장 빼려면 호스를 뽑아야 하고, 뽑았으면 다시 블리딩을 해야 한다. 헤드셋 상단 베어링을 갈 때도 마찬가지다. 예전 같으면 30분이면 끝나던 작업이 반나절짜리 공임으로 바뀐다. 자가정비하는 사람은 아예 시도할 엄두를 못 내고, 피팅을 조금씩 바꿔가며 맞춰보는 과정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완전 내장이 대세가 된 지 몇 년, 그 반작용이 슬슬 제품으로 나오고 있다. 헤드셋 명가 케인크릭이 올해 1월 내놓은 HCR 시스템이 그중 하나다.

출처: 케인크릭 공식 제품 페이지
가리되, 가두지 않는다
HCR은 Hidden Cable Routing의 약자다. 이름 그대로 호스를 숨기지만 스템이나 스페이서 안에 가두지는 않는다. 스템 밑면에 깎아낸 홈을 따라 호스가 지나가고, 스페이서는 한쪽이 트인 원피스 알루미늄이라 옆으로 끼웠다 뺐다 할 수 있다. 헤드셋 상단 커버에는 맞물리는 실이 들어가 호스가 들어가는 지점을 막는다.
결과적으로 위에서 내려다보면 케이블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스템을 바꾸거나 스페이서를 조절할 때는 호스를 분리하지 않아도 된다. 비행기에 싣기 위해 핸들바를 떼는 것도 마찬가지다.

출처: 케인크릭 공식 제품 페이지
스펙
| 헤드셋 규격 | EC44/28.6, EC44/40, IS52/28.6, IS52/40 |
| 베어링 | 스테인리스 헬벤더(Hellbender) |
| 스템 | 단조·가공 6066 알루미늄, 70~120mm, -6도 |
| 무게 | 스템 160g(90mm) / 헤드셋 147g |
| 소재 | 전 부품 금속, 스페이서까지 알루미늄 |
| 가격 | 시스템 $229.99부터 (약 32만원), 헤드셋 $129.99·스템 $99.99 개별 판매 |
플라스틱 부품을 하나도 쓰지 않았다는 점을 케인크릭은 강조한다. 완전 내장 헤드셋의 상단 커버가 대개 플라스틱이고, 그게 깨지거나 물이 새는 지점이 되곤 하기 때문이다.
국내 라이더 입장에서
먼저 짚을 건 호환성이다. HCR은 원형 스티어러(28.6mm 또는 40mm)에 일반 스템을 물리는 프레임용이다. 요즘 하이엔드 에어로 프레임처럼 스티어러가 D자로 깎여 있고 전용 일체형 콕핏만 들어가는 구조에는 쓸 수 없다. 즉 이미 완전 내장 완성차를 산 사람에게는 해답이 아니고, 다음 프레임을 고를 때 참고할 선택지에 가깝다.
그래도 국내 환경에서 이 방향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여름 내내 땀이 스템 주변으로 떨어지고 장마철엔 물까지 들어가는데, 상단 헤드셋 베어링은 원래도 소모품이다. 완전 내장이면 그 소모품 하나 갈자고 브레이크 계통 전체를 건드려야 한다. 샵 공임이 붙는 건 물론이고, 라이딩 시즌 한복판에 자전거를 며칠 맡겨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피팅 관점에서는 더 아쉽다. 스템 길이와 스페이서 높이는 원래 몇 번 바꿔보며 몸에 맞춰가는 값인데, 한 번 만질 때마다 블리딩 비용이 붙으면 대부분 그냥 참고 탄다. 케인크릭의 접근이 흥미로운 건 에어로를 완전히 포기하지도, 정비성을 완전히 버리지도 않은 중간 지점을 잡았다는 데 있다. 케인크릭은 국내에도 헤드셋·BB로 오래 유통돼 온 브랜드라, 이 흐름이 다른 브랜드로 번진다면 국내 샵에서도 체감될 여지가 있다.
출처: 케인크릭 공식 제품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