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 소음의 종말? 하이엔드가 택한 T47
압입 BB는 왜 그렇게 울었나
카본 프레임이 대세가 되면서 완성차 업계는 나사산 없는 압입(press-fit) BB로 몰려갔다. 셸 지름을 키워 다운튜브와 체인스테이를 두껍게 붙일 수 있고, 나사산을 깎을 필요가 없으니 무게와 공정이 줄어든다는 논리였다. 문제는 공차다. 압입 방식은 프레임 구멍과 베어링 컵이 아주 좁은 허용 오차 안에서 맞물려야 하는데, 카본 성형 특성상 이 오차를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조금만 헐거워지면 페달을 밟을 때마다 '딱딱'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BB30처럼 서클립으로 베어링을 프레임에 직접 밀어넣는 방식은 특히 소음 이슈가 잦았다.
여기에 정비 문제가 붙는다. 압입 BB는 탈착에 전용 프레스와 리무버가 필요하다. 집에서 30분이면 끝나는 작업이 샵 예약 건이 되는 셈이다.

사진: Chris King ThreadFit T47 24x (외장형) — 출처: Chris King 공식몰
T47이라는 절충안
T47은 2015년 크리스킹과 아르고넛 사이클스가 함께 내놓은 규격이다. 발상은 단순하다. PF30과 똑같은 46mm 셸 내경을 그대로 쓰되, 그 안쪽에 M47×1.0 나사산을 낸다. 큰 셸이 주는 강성과 설계 자유도는 가져가고, 소음과 정비성은 나사식으로 되돌리자는 얘기다. 컵은 눌러 넣는 게 아니라 돌려 조인다.
| 규격 | 방식 | 셸 폭 | 셸 내경 | 메모 |
|---|---|---|---|---|
| BSA | 나사식 | 68mm | 1.37"×24TPI | 홈정비 쉬움, 셸이 좁고 무거움 |
| BB86 | 압입 | 86.5mm | 41mm | 가볍고 타이어 클리어런스 유리, 공차 민감 |
| BB30 | 압입 | 68mm | 42mm | 30mm 스핀들, 소음 취약 |
| PF30 | 압입 | 68mm | 46mm | 컵 사용, BB30보다 조립 수월 |
| BBright | 압입 | 비대칭 | - | 서벨로 전용, 사실상 단종 수순 |
| T47 | 나사식 | 68/73mm(외장) 85.5~86.5mm(내장) | M47×1.0 | PF30 셸 크기 + 나사산, 크랭크 호환 폭 넓음 |
하이엔드는 이미 돌아섰다
흐름은 분명하다. 트렉 마돈 8세대가 T47을 채택했고, 서벨로는 솔로이스트에 이어 2026년형 칼레도니아에서 오랫동안 밀어온 자체 규격 BBright를 버리고 T47로 넘어왔다. 서벨로가 밝힌 이유도 성능이 아니라 "정비가 쉬워지고 크랭크 업그레이드 선택이 단순해진다"는 쪽이다.
T47이 아닌 방향으로 돌아간 브랜드도 있다. 스페셜라이즈드 타막은 SL8에 이어 SL9까지 68mm BSA 나사식을 유지하고, 피나렐로 도그마 F는 이탈리안 나사식을 쓴다. 캐논데일 슈퍼식스 에보도 BB30 계열을 버리고 BSA로 복귀했다. 규격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플래그십일수록 나사식이라는 것. 반대로 자이언트, 스캇처럼 BB86 압입을 유지하는 진영도 여전히 크다.

사진: 2026년형 서벨로 칼레도니아 — BBright를 버리고 T47로 전환했다. 출처: 서벨로 공식 홈페이지
그런데 T47도 만능은 아니다
T47을 사보면 바로 부딪히는 게 변형 난립이다. 베어링이 셸 바깥에 놓이는 외장형(68/73mm 셸)과 셸 안쪽에 들어가는 내장형(85.5·86·86.5mm 셸)이 따로 있고, 여기에 비대칭 셸용 T47A까지 있다. 나사 규격이 같다고 아무 컵이나 맞물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프레임 셸 폭, 베어링 위치, 스핀들 지름(24mm/30mm) 세 가지를 다 확인해야 한다.
제조 쪽 부담도 있다. 카본에는 나사산을 직접 깎을 수 없어 알루미늄 슬리브를 접착해 넣고 탭 가공을 해야 한다. 압입 대비 무게와 원가가 늘고, 이 슬리브의 가공·접착 품질이 나쁘면 결국 같은 소음이 돌아온다. "나사식이니까 무조건 조용하다"는 보장은 없다.

사진: 같은 T47이지만 베어링이 안쪽에 들어가는 내장형(24i) — 출처: Chris King 공식몰
국내 라이더 입장에서
당장 프레임을 바꿀 게 아니라면 실용적인 포인트는 세 가지다.
- 프레임 살 때 BB 규격을 스펙시트에서 확인할 것. 특히 중고 프레임셋 직구는 T47 내장/외장을 헷갈리면 컵을 다시 사야 한다.
- 지금 쓰는 크랭크가 넘어가는지 본다. 24mm 스핀들 시마노 크랭크는 대부분 대응되지만, 30mm 스핀들 크랭크는 컵 종류가 달라진다.
- 여름철 소음은 BB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마철 습기와 땀이 들어간 뒤 나는 소리는 시트포스트, 클리트, 스템 볼트가 원인인 경우도 많다. BB부터 뜯기 전에 순서대로 배제하는 게 빠르다.
참고로 2026년형 칼레도니아는 105 Di2 완성차 기준 $4,500(약 630만원), 포스 AXS 사양이 $6,500(약 910만원)으로 책정됐다. 국내 정식 수입가는 수입사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
출처: Chris King ThreadFit T47 공식 페이지, Cervélo 공식 홈페이지, BikeRadar 바텀브래킷 규격 가이드
출처: chrisk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