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카가 클수록 TT가 빨라진다?
타임 트라이얼에서 선수 뒤를 따라오는 팀카가 사실은 선수를 '밀어주고'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사이클링 공기역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베르트 블로켄(Bert Blocken) 교수가 이끄는 영국 헤리엇와트대 연구팀이 7월 14일 공개한 내용으로, 어떤 팀카가 따라오느냐에 따라 TT 기록이 몇 초씩 달라질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뒤차가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
달리는 차의 앞쪽에는 공기가 눌리며 고압 영역이 생긴다. 팀카가 선수 뒤에 가까이 붙으면 이 고압 영역이 선수 등 뒤의 저압 후류를 채워주고, 결과적으로 선수를 앞으로 밀어주는 효과가 난다. 연구팀은 풍동 실험으로 검증한 CFD 시뮬레이션으로 이 효과를 정량화했는데, 스마트 포투 같은 초소형차부터 재규어 F-타입, 에스테이트 왜건, SUV,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밴 3종까지 총 8종의 차량을 비교했다. 결론은 단순하다. 차가 크고 뭉툭할수록, 즉 차의 항력 면적(CdA)이 클수록 앞 선수가 받는 공짜 추진력도 커진다.
출처: Heriot-Watt University 보도자료
얼마나 빨라지나
수치로 보면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올해 투르 개인 TT 코스(26.1km) 기준으로 연구팀이 계산한 이득은 아래와 같다.
- 1m 거리 — 선수의 공기저항 약 14% 감소
- 10m 거리, 왜건 — 약 2.3초 이득
- 10m 거리, 그레나디어 — 약 5.5초 이득
- 25m(현행 UCI 규정 거리), 왜건 — 약 1초 이득
- 30m — 여전히 효과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음
블로켄 교수는 "정상급 타임 트라이얼은 0.1초, 0.01초로 갈리는데 이 정도 이득은 엄청나다"고 말했다. 8종 차량 중 효과가 가장 컸던 건 가장 크고 각진 이네오스 그레나디어였다.
출처: Heriot-Watt University 보도자료
7월 21일 투르 TT, 팀카를 보라
UCI는 2023년에 TT 팀카의 최소 추적 거리를 10m에서 25m로 늘렸다. 하지만 연구팀은 25m에서도 이득이 남는다며 두 가지를 제안했다. 팀카의 최대 CdA 값을 규정으로 제한하고, 거리를 40~50m까지 늘리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효과 1위였던 그레나디어는 이네오스 그레나디어스 팀이 실제로 쓰는 팀카다.
올해 투르 개인 TT는 7월 21일 에비앙레뱅에서 토농레뱅까지 26.1km에서 열린다. 종합순위 경쟁이 초 단위 싸움이 된다면, 선수 등 뒤 25m의 팀카가 승부의 숨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중계를 볼 때 각 팀이 어떤 차를 따라 붙이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색다른 관전 포인트다. 국내 라이더 입장에서도 흥미로운 대목인데, 라이딩 중 대형차가 뒤에 바짝 붙었을 때 묘하게 수월해지는 느낌이 기분 탓이 아니라 물리 현상이었던 셈이다. 물론 공도에서 차량과 드래프팅을 시도하는 건 위험하니, 이 지식은 관전용으로만 쓰자.
출처: Heriot-Watt University 보도자료
출처: www.hw.ac.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