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들은 왜 '벌집 안장'에 앉을까
2026 투르 드 프랑스 중계 화면을 유심히 보면 프로들의 안장이 예전과 다르다. 매끈한 가죽 대신 벌집처럼 숭숭 뚫린 격자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폼 패딩을 3D 프린팅 격자로 바꾼 안장이 올해 펠로톤의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펠로톤의 절반이 '격자' 위에 앉는다
타데이 포가차르(UAE 팀 에미레이트)는 피직의 어댑티브 기술로 만든 커스텀 3D 프린팅 안장을 쓴다. EF 에듀케이션-이지포스트는 피직 벤토 아르고 어댑티브를, 수달 퀵스텝과 레드불-보라-한스그로에는 스페셜라이즈드의 미러(Mirror) 안장을, 토탈에너지스는 셀레 이탈리아 SLR 부스트 3D를 깔고 앉는다. 월드투어 주요 팀의 에이스급 장비에서 전통 폼 안장을 찾는 게 오히려 어려워졌다.
피직 벤토 아르고 어댑티브. 부위별로 밀도가 다른 격자가 그대로 보인다. 출처: fizik 공식몰
물론 전부는 아니다. 같은 UAE 팀의 이삭 델 토로는 카본 쉘에 전통 EVA 폼을 얹은 벤토 안타레스 00(118g)을 고집하고, 마티유 반 데르 풀도 클래식한 셀레 이탈리아 플라이트 부스트를 쓴다. 경량이 최우선이면 여전히 폼이 답이라는 얘기다.
폼 대신 격자, 뭐가 좋길래
기술의 핵심은 미국 3D 프린팅 기업 카본(Carbon)의 DLS 공법이다. 액상 수지를 빛으로 굳혀 격자를 출력하는데, 격자의 굵기와 촘촘함을 부위별로 다르게 설계할 수 있다. 균일한 밀도로 깔리는 폼과 달리, 좌골이 닿는 곳은 탄탄하게, 연조직이 닿는 곳은 부드럽게 한 장의 안장 안에서 구역별 튜닝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스페셜라이즈드는 미러 안장 하나에 2만 2,200개의 스트럿과 1만 700개의 노드가 들어가며, 폼 대비 좌골 압력이 최대 26%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격자는 구조상 통풍이 되고, 오래 타도 폼처럼 꺼지지 않는다는 점도 장거리 라이더에게 와닿는 대목이다.
스페셜라이즈드 S-Works 파워 EVO 미러. 출처: Specialized 공식몰
가격은 어떨까
- 피직 벤토 아르고 어댑티브 — £400 (약 76만원)
- 스페셜라이즈드 S-Works 로민 EVO 미러 — £350 (약 66만원)
- 셀레 이탈리아 SLR 3D 카본 — 137g, £409 (약 78만원)
안장 하나에 60~80만원. 싸지 않다. 다만 프로들이 스폰서 로고만 바꿔 붙인 '몰래 안장'을 쓰는 일이 최근 거의 사라졌다는 게 흥미로운데, 3D 프린팅 커스텀 옵션이 넓어지면서 스폰서 제품 안에서 몸에 맞는 답을 찾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라이더에게는
다행히 세 브랜드 모두 국내 정식 유통 중이라 매장에서 실물을 보고 고를 수 있다. 스페셜라이즈드 미러와 피직 어댑티브는 국내 동호회에서도 이미 사용자가 꽤 있는 편. 피직은 압력 측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격자를 통째로 개인 맞춤 출력해주는 원투원(One-to-One) 서비스까지 열어뒀다. 포가차르가 앉는 방식 그대로다.
수십만 원짜리 안장이 사치로 들릴 수 있지만, 안장 통증으로 라이딩 자체가 괴로운 사람에게는 피팅과 함께 가장 확실한 투자처 중 하나다. 반대로 지금 폼 안장에 아무 불만이 없다면, 격자로 갈아탈 이유는 아직 없다.
출처: road.cc — What saddles are the pros using at the Tour de France?, fizik·Specialized 공식몰
출처: road.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