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튜브리스, 실란트가 먼저 마른다
실란트는 소모품이다
튜브리스 실란트는 라텍스 입자를 물과 암모니아 계열 용액에 띄워 놓은 액체다. 타이어 안에서 시간이 지나면 수분이 케이싱과 밸브를 통해 조금씩 빠져나가고, 남은 라텍스는 굳어 고무 덩어리(흔히 말하는 '부거')가 된다. 이 상태가 되면 펑크가 나도 구멍으로 흘러들 액체가 없어 실링이 안 된다. 즉 실란트는 한 번 넣고 끝나는 물건이 아니라 체인·타이어처럼 주기가 있는 소모품이다.
문제는 그 주기가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타이어는 멀쩡해 보이고, 공기압도 정상인데 실링 능력만 조용히 사라져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라이더는 펑크가 난 그 순간에야 실란트가 말라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출처: Stan's NoTubes 공식 제품 페이지
브랜드가 말하는 수명
제조사들이 공식적으로 밝히는 지속 기간은 생각보다 짧다. 아래는 각 브랜드 공식 페이지 기준 수치다.
| 제품 | 지속 기간 | 실링 한계 |
|---|---|---|
| 스탠스 오리지널 | 2~7개월 (분기 점검 권장) | 6.5mm |
| 스탠스 레이스 | 2~3주마다 점검 권장 | 입자량 2배 |
| 오렌지실 레귤러 | 30~45일 | 약 6mm |
| 오렌지실 엔듀런스 | 60~120일 | 약 3mm |
| 무크오프 로드&그래블 | 3~6개월 | 7mm / 110psi |
| 실카 얼티밋 | 6개월 이상 | 6mm 이상 |
눈여겨볼 대목은 '오래 가는 것'과 '잘 막는 것'이 대체로 반비례한다는 점이다. 오렌지실만 봐도 엔듀런스는 레귤러보다 두세 배 오래 버티지만 막을 수 있는 구멍은 오히려 작다. 스탠스 레이스처럼 입자를 대폭 늘린 레이스 전용 제품은 실링력이 강한 대신 2~3주마다 확인하라고 공식적으로 못 박아 둔다. 결승선까지만 버티면 되는 제품과, 한 시즌 방치해도 되는 제품은 애초에 목적이 다르다.

출처: Muc-Off 공식 제품 페이지
한국 여름은 이 숫자보다 짧다
제조사 수치는 대부분 온대 기후 기준이다. 스탠스도 지속 기간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기온과 습도, 자전거 보관 장소(서늘할수록 유리), 케이싱 두께를 든다. 한여름 낮 기온이 35도를 넘고 아스팔트 복사열까지 받는 국내 환경, 그리고 베란다나 창고에 세워 두는 보관 습관은 전부 수명을 깎는 쪽이다.
로드는 조건이 더 불리하다. MTB는 타이어 하나에 90~120ml를 넣지만 로드는 보통 60ml 안팎이다. 절대량이 적으니 같은 비율로 증발해도 바닥이 빨리 드러난다. 여기에 로드 특유의 고압(70~100psi)이 케이싱을 통한 수분 이탈을 부추긴다. 결론적으로 국내 로드 라이더라면 공식 수치의 하한, 즉 두 달 전후를 기준으로 잡는 편이 안전하다. 장마가 끝나는 시점과 가을 그란폰도 시즌 직전, 이 두 번만 챙겨도 여름 한 철은 넘어간다.
확인과 보충, 이렇게
- 흔들어 보기: 휠을 세워 들고 좌우로 흔들었을 때 찰랑이는 소리가 안 나면 이미 말랐다고 봐야 한다. 가장 빠르지만 소량이 남아 있을 때는 잘 안 들린다.
- 밸브로 확인: 밸브를 6시 방향에 두고 코어를 분리한 뒤, 얇은 케이블타이나 스포크를 넣어 묻어나는 양을 본다. 확실한 방법이고 타이어를 뜯지 않아도 된다.
- 보충 vs 완전 교체: 액체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밸브로 30ml 정도 보충하면 된다. 다만 덩어리가 뭉쳐 있다면 보충만으로는 소용없다. 반년 이상 방치했다면 타이어를 벗겨 덩어리를 걷어내고 새로 채우는 편이 낫다. 굳은 덩어리는 휠 밸런스와 무게(한쪽에 몰리면 체감된다)에도 영향을 준다.
- CO2 주의: 상당수 라텍스 실란트는 CO2 카트리지에 노출되면 급격히 응고한다. 라이딩 중 CO2로 응급 처치를 했다면 집에 와서 실란트를 새로 갈아 주는 것이 맞다.

출처: SILCA 공식 제품 페이지
국내 라이더 관점에서
실란트는 하이엔드 장비 중에서 가장 값싼 축에 속한다. 스탠스 오리지널 1L가 36달러(약 5만원), 실카 얼티밋 1L가 42달러(약 5만 9천원), 무크오프 로드&그래블 80ml가 8달러(약 1만 1천원) 수준이다. 국내 정식 유통가는 여기에 조금 붙지만, 1L 한 통이면 로드 타이어 기준 열여섯 짝 안팎을 채운다. 카본 휠에 수백만원을 쓰고 실란트 5만원을 아끼다 대회 당일 펑크로 걸어 나오는 것만큼 아까운 일도 없다.
정리하면, 여름철 국내 로드 라이더에게 현실적인 주기는 두 달이다. 달력에 적어 두거나 체인 왁싱처럼 정비 루틴에 끼워 넣는 게 가장 확실하다.
참고 출처: Stan's NoTubes 공식 실란트 가이드, Muc-Off·SILCA·Orange Seal 공식 제품 페이지
출처: sta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