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공기압, 높을수록 빠르다는 착각
투르 드 프랑스 프로들의 타이어가 28~32mm까지 넓어졌다는 소식은 이제 새롭지 않다. 그런데 폭보다 더 크게 바뀐 게 있다. 바로 공기압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로드는 8bar 빵빵하게"가 상식이었지만, 지금 프로 정비사들은 4bar대까지 내려와 있다. 왜 낮은 압력이 더 빠른지, 그리고 내 몸무게엔 몇 bar가 맞는지 실측 데이터로 정리했다.
드럼 위에서는 맞고, 도로 위에서는 틀리다
"압력이 높을수록 구름저항이 줄어든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매끈한 금속 드럼 위에서 테스트하면 실제로 압력을 올릴수록 타이어 케이싱이 변형되며 잃는 에너지(케이싱 손실)가 계속 줄어든다. 문제는 실제 도로가 드럼처럼 매끈하지 않다는 것.
노면이 거칠어지면 어느 압력부터는 타이어가 요철을 삼키지 못하고 자전거와 라이더를 통째로 튕겨 올린다. 이 진동이 라이더의 몸에서 열로 사라지는 에너지 손실, 이른바 '임피던스(서스펜션 손실)'다. 압력을 올릴수록 케이싱 손실은 줄지만 임피던스는 커지기 때문에, 두 곡선이 만나는 지점 — 펌프 브랜드 실카(SILCA)가 '브레이크포인트'라 부르는 최적 압력 — 을 넘어서면 오히려 느려진다.
출처: SILCA 공식 블로그 (Tire Pressure Calculator Explained)
넘치면 9W, 모자라면 1W
실카의 실도로 측정 결과가 흥미롭다. 새 아스팔트에서 브레이크포인트 압력일 때 43W가 들던 주행이, 10psi(약 0.7bar)를 더 넣자 52W로 뛰었다. 반대로 10psi를 덜 넣었을 때는 44W — 겨우 1W 손해였다. 거친 노면일수록 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출처: SILCA 공식 블로그 — 노면별 요구 파워 실측 (–10psi / 최적 / +10psi)
결론은 명확하다. 정확한 최적값을 모르겠다면 낮은 쪽이 항상 덜 손해다. "혹시 몰라서 한 바퀴 더" 펌핑하던 습관이 사실은 와트를 길에 버리는 행동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몇 bar 넣어야 하나
최적 압력을 결정하는 변수는 세 가지다. ①라이더+자전거+장비 총중량 ②타이어 실측 폭(라벨이 아니라 림에 끼웠을 때 실제 폭) ③노면 상태. 아래는 실카 계산기 기준을 요약한 대략적인 가이드다(포장 양호한 아스팔트, 뒷바퀴 기준).
| 실측 타이어 폭 | 총중량 ~75kg | 총중량 ~85kg | 총중량 ~95kg |
|---|---|---|---|
| 25mm | 5.2~5.5bar | 5.6~5.9bar | 6.0~6.3bar |
| 28mm | 4.4~4.7bar | 4.8~5.1bar | 5.2~5.5bar |
| 30mm | 4.0~4.3bar | 4.4~4.7bar | 4.8~5.1bar |
| 32mm | 3.6~3.9bar | 4.0~4.3bar | 4.4~4.7bar |
여기에 세 가지만 더 기억하면 된다. 앞바퀴는 하중이 적으므로 뒷바퀴보다 0.2~0.3bar 낮게, 노면이 거칠면 표에서 0.3~0.5bar 더 빼고, 훅리스 림이라면 규격상 상한인 5bar(72.5psi)를 절대 넘기지 말 것. 정확한 값은 실카가 무료로 공개한 온라인 계산기에 총중량과 실측 폭을 넣으면 앞/뒤 따로 계산해준다.
국내 라이더 관점 — 한강 노면에선 더 유리하다
이 이야기가 유럽 프로들만의 것이 아닌 이유가 있다. 갈라진 틈과 보수 자국이 많은 한강 자전거도로나 국도 갓길은 실카 분류로 '거친 아스팔트'에 가깝고, 노면이 거칠수록 브레이크포인트는 더 낮아진다. 즉 국내 라이딩 환경에서는 낮은 압력의 이득이 오히려 더 크다. 다만 튜브 클린처라면 핀치 플랫(스네이크 바이트) 여유를 위해 표보다 0.3bar가량 높게 잡는 게 안전하고, 튜브리스라면 표 그대로 내려가도 된다. 참고로 요즘 내폭 21mm 이상 림에 28mm 타이어를 끼우면 실측 30mm가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반드시 실측 폭 기준으로 계산하자.
참고: SILCA — Tire Pressure Calculator Explained (공식 블로그), SILCA 프로 타이어 압력 계산기
출처: silca.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