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체인링은 왜 자꾸 커질까
2026 투르 드 프랑스 개막 팀타임트라이얼에서 눈길을 끈 건 신형 자전거만이 아니었다. 출전 팀 전부가 64~68T급 초대형 체인링을 달고 나왔고, 레므코 에베네풀은 68T까지 올렸다. 로드 스테이지도 방향은 같다. 오랜 표준이던 53/39T는 이미 밀려난 지 오래고, 시마노 팀들 사이에서는 58-44T 조합까지 번지는 중이다.
2026 투르, 체인링 인플레이션의 현장
올해 투르 구동계는 시마노 13팀, 스램 9팀, 캄파놀로 1팀 체제. 현장에서 확인된 셋업 몇 가지만 봐도 흐름이 보인다.
- 개막 TTT — 전 팀이 64~68T 체인링 (에베네풀 68T)
- 바레인 빅토리어스 — 듀라에이스 54/40T + 11-34T 카세트
- 코피디스 — 캄파놀로 슈퍼레코드 13, 56/44T + 10-33T, 170mm 크랭크
- 시마노 팀 로드 스테이지 — 58-44T 조합 확산, 관찰된 카세트는 사실상 전부 11-34T
포인트는 체인링을 키운 게 단독 유행이 아니라는 것. 11-34T 와이드 카세트, 그리고 짧아진 크랭크(165mm가 새 표준이고 시마노는 160mm 순정 크랭크셋까지 내놨다)가 받쳐주면서 초대형 체인링이 비로소 굴러가는 셋업이 됐다.
출처: SRAM 공식 제품 이미지
큰 체인링이 빠른 이유, 마찰의 과학
핵심은 체인 마찰이다. 이(T) 수가 많은 체인링과 스프로킷을 쓰면 같은 파워에서 체인 장력이 낮아지고, 각 링크가 꺾이는 각도도 작아진다. 체인이 덜 꺾이고 덜 당겨질수록 손실은 줄어든다.
- 기어비가 거의 같아도 39×11T 조합이 53×15T보다 마찰 손실이 약 1.5W 크다는 측정 결과가 있다 (프릭션팩츠 테스트)
- 52×11T의 구동 효율은 약 95.5%, 52×21T는 98.2%로 측정된 연구도 있다. 같은 힘을 밟아도 뒷바퀴에 도달하는 파워가 달라진다는 뜻
체인링이 커지면 같은 속도에서 카세트 중앙의 큰 코그를 쓰게 되니 체인라인도 곧아진다. 하루 대여섯 시간씩 3주를 달리는 그랜드투어에서는 이 몇 와트가 꾸준히 쌓이는 공짜 이득이다.
출처: SRAM 공식 제품 이미지
시마노는 키우고, 스램은 줄인다
재미있는 건 브랜드별 해법이 정반대라는 점이다. 시마노 카세트는 11T에서 시작하니 톱스피드를 확보하려면 앞을 키우는 수밖에 없는데, 순정 체인링은 54/40T가 최대다. 그래서 58-44T를 쓰는 팀들은 로터 같은 서드파티 체인링을 듀라에이스 크랭크에 조합한다. 반면 스램과 캄파놀로는 10T 스프로킷 덕에 앞 체인링을 상대적으로 작게 유지할 수 있다. 대신 스램 진영은 1x 셋업에서 64T 단일 빅링이라는 또 다른 극단을 보여주는 중이다.
물론 무한정 키울 수는 없다. 아우터가 지나치게 크면 오르막에서 이너링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효율 이득이 상쇄되고, 프론트 변속 부담도 커진다. 58-44T는 지금 기술 조합에서 찾은 균형점인 셈이다.
동호인도 빅링으로 가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이 마진은 평속 45~50km/h 세계의 이야기다. 평속 30km/h대 라이더가 58T를 달면 카세트 큰 코그 쪽에 붙어 살게 돼 오히려 체인라인만 나빠진다. 우리가 가져갈 건 원리 쪽이다. 크로스체이닝을 피하고, 자기 순항 속도에서 카세트 중앙을 쓰도록 기어비를 고르는 것 — 그게 동호인이 공짜 와트를 줍는 방법이다.
국내에서는 듀라에이스·울테그라 순정 54/40T와 11-34T 카세트를 정식 유통으로 구할 수 있다. 특히 11-34T가 순정 라인업이라는 건 설악 그란폰도급 오르막을 뛰는 국내 라이더에게도 반가운 부분. 58-44T급 빅링이 정 궁금하다면 로터 에어로 체인링(54/42~58/44T)처럼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서드파티 옵션도 있다.
참고: Cycling Weekly, Velo, BikeRad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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