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투어를 뒤흔든 두 사건 — 밀란의 해트트릭과 야콥센의 타이어가 날아간 이유
2026 시즌 첫 월드투어 스테이지 레이스인 UAE 투어(2월 17~22일)가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두 가지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하나는 조나단 밀란의 압도적인 스프린트 3연승, 다른 하나는 파비오 야콥센의 앞바퀴에서 타이어가 통째로 벗겨진 충격적인 장면이다. 두 사건은 각각 프로 사이클링의 화려함과 위험을 상징하며, 올 시즌 펠로톤이 풀어야 할 숙제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밀란, 세 번 쏘고 세 번 맞히다
리들-트렉(Lidl-Trek) 소속 이탈리아 스프린터 조나단 밀란은 4스테이지, 5스테이지, 최종 7스테이지를 연달아 석권하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통산 30승. 올해 스물다섯 살인 이 청년의 성장 곡선은 무섭다.
마지막 7스테이지가 하이라이트였다. 자예드 국립박물관에서 아부다비 브레이크워터까지 149km, 대회 역대 최고 평균 시속 50.566km를 기록한 이 스테이지에서 밀란은 블리크라(우노엑스)와 웰스포드(이네오스)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193cm 장신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파워, 마지막 200m에서 다른 선수들이 뒤로 빨려가는 듯한 가속. 리들-트렉의 리드아웃 트레인 — 모스콘과 아페폰이 마지막 3km부터 밀란을 최적의 위치에 데려다 놓는 — 도 교과서적이었다.
대회 종합은 UAE 팀 에미리츠-XRG의 이삭 델 토로(멕시코)가 가져갔지만, 이번 대회의 주인공은 밀란이었다. 밀란-산레모, 헨트-베벌헴 등 봄 클래식 참전도 예고한 상태라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야콥센의 타이어는 왜 날아갔나
4스테이지, dsm-firmenich PostNL의 파비오 야콥센이 도로 위 돌을 밟았다. 그 순간 앞바퀴의 타이어와 폼 인서트가 림에서 통째로 벗겨졌다. 시속 50km 이상에서 벌어진 일이다. 다행히 큰 부상은 면했지만, 이 장면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며 사이클링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원인은 훅리스 림(hookless rim)이다. 전통적인 후크드 림은 안쪽에 걸림턱이 있어 타이어 비드를 물리적으로 잡아준다. 반면 훅리스 림은 이 턱 없이 공기 압력과 공차만으로 타이어를 고정한다. 제조사들은 경량화와 에어로, 제조 비용 절감을 이유로 훅리스를 밀고 있고, 실제로 현재 카본 휠셋 시장의 대다수가 훅리스다.
문제는 충격이나 비정상적인 압력 상황에서 타이어가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프로 선수 노조 CPA의 대표 아담 한센은 "격주로 훅리스 관련 사고 보고를 받는다"고 밝혔다. 이미 2024년 UAE 투어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고, 그때 UCI가 검토를 시작했지만 2년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지 않았다.
UCI는 뭘 하고 있나
UCI는 2026년 들어 몇 가지 장비 규정을 바꿨다. 로드 레이스 휠 림 높이를 최대 65mm로 제한한 것이 대표적이다. 80~90mm 딥 림은 프로 레이스에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옆바람에 의한 낙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훅리스 림에 대해서는 금지 대신 '긴급 연구'를 선언하는 데 그쳤다. 연구 완료까지 수개월에서 1년. 그 사이에도 선수들은 훅리스 휠로 시속 70km 내리막을 달려야 한다. 캠파놀로처럼 전통 후크드 림을 고수하는 브랜드가 이 논란 속에서 재조명받고 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동호인이 지금 할 수 있는 것
훅리스 휠을 쓰고 있는 동호인이라면 당장 바꿀 필요까지는 없다. 다만 몇 가지를 꼭 지켜야 한다.
- 제조사의 타이어 호환 목록을 반드시 확인하고, 목록에 있는 타이어만 사용할 것
- 권장 공기압 범위를 지킬 것 — 특히 과도한 고압은 위험하다
- 타이어 장착 후 비드가 림에 균일하게 안착했는지 육안으로 확인할 것
- 타이어나 림 테이프에 손상이 있으면 즉시 교체할 것
훅리스 기술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올바른 조합과 관리 하에서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프로 레이스처럼 극한 상황에서의 신뢰성은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게 이번 사고의 교훈이다.
밀란의 스프린트와 야콥센의 사고. 2026 시즌은 이 두 장면으로 시작되었다. 속도와 안전 사이의 줄타기, 올해도 펠로톤은 그 위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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